안녕하세요^^ 나나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너무 오랫동안 일기를 비워 놓은 것 같네요~ 8월과 9월을 숨가쁘게 지내는 바람에 나나의 일기도 잘 쓰질 못했습니다 ^^ 그러나 이제 여행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ㅎㅎ
출장과 여러가지 일때문에 이번 여행은 왠지 더 피곤하고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습니다만 러쉬룸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께 깊은 감동을 가져다 줄 또 다른 브랜드를 곧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꼭 기대해 주세요^^
자....이제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오랫동안 덮혀져 있었던 일기장을 펴니 기분이 편안해 지네요. 지난 한 달 동안의 일들이 하나 둘 씩 스쳐지나갑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지난 한 달간의 못다한 일기들을 쓸 생각입니다. 일기라고 하기엔 좀 지난 사건들이지만....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나나의 이야기이니 빠뜨리지 않고 쓸 생각입니다^^ 오늘은 갓 지난 추석 이야기부터 해 볼 생각이에요^^
늘 추석은 추계합숙훈련( 엄마와 함께요 ㅡ ㅡ; ) 이라고 해 둬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1박 2일의 음식만들기가 절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머니가 하시는 음식들이 감탄스러울 정도로 무공해에 온전한 정성이 들어가긴 합니다만 시중드는 저도 어머니도 몸이 괴로운건 사실이니까요^^ 자 이제...그 삶의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추석 연휴 첫날 아침일찍 도착하자마자 제게 주어진 임무는 잘 씻은 검은깨를 볶아서 곱게 찧는 거였어요~ 송편에 들어갈 재료입니다. 앞마당 수돗가에는 벌써 동그랑 땡에 들어갈 양파들이 깨끗하게 목욕재계를 했네요^^
곱게 빻은 깨를 담고 나니 갑자기 깻잎전을 부치자며 몇몇 가족들이 집앞 깻잎밭으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지난 해 깻잎을 너무 많이 딴 탓에 겨울 내 깻잎만 드셨던 아버지는 벌써부터 많이 따지 말자며 노래를 부르십니다 ^^
깻잎을 많이 딸까 걱정하던 아버지의 염려와는 반대로 어머니는 깻잎밭 뒤에 있는 동산에 올라가시더니 내려오실 기미가 안보입니다. 그 동산에는 밤나무가 많이 있거든요^^ 어쨌거나 어머니는 한참 만에야 내려오셨습니다. 저는 미리와서 따 놓은 깻잎을 수돗가에서 씻고 있었는데요~ 밤을 무척 많이 주우신거 있죠? ㅡ ㅡ;;
자 이제....본격적으로 동그랑 땡과 동태전, 녹두전등 갖가지 전들을 시작합니다. 솔직히 명절 음식중에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전인 것 같아요. 막상 만들어 놓으면 얼마 없어서 허무해 지는데 준비하는 과정과 만드는 판(?)이 어마어마합니다^^
팬의 뜨거운 기름과 씨름하다 엉덩이뼈가 딱딱해 질 때쯤이면 전이 완성됩니다. 부칠 때 야금야금 먹어서인지 벌써부터 배가 부르네요^ ^
한편에서는 어머니가 주운 밤을 삶아 송편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하십니다. 아버지는 송편을 찔 때 얹을 파란 솔나뭇잎을 따서 열심히 씼고 계시네요~
콩송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번에는 콩은 빼고 달달한 깨송편과 밤송편만 만듭니다. 송편을 만드는 반죽도 어머니가 쑥이 한창인 이번 봄에 따 가루로 빻은 것들로 만든 것들이에요. 매번 명절마다 부지런한 어머님의 살림살이들이 하나 하나 빛을 발합니다.
자~ 이제 만든 송편위에 솔향기가 솔솔 나도록 솔잎을 솔솔솔 뿌려 보아요~
오호~ 이제 송편이 완성되었네요^^ 솔향기가 물씬 나는 쑥송편입니다~ 이번 송편은 밤송편이 너무 맛있어요^ ^ 저녁 대신으로 송편을 잔뜩 먹고 나니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 옵니다. 내일은 무슨 일을 시키시려나....하다 잠이 듭니다.
추석 음식들이 대강 끝이 난 다음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남겨진 채소들은 잘라 장독대에 말리고 다음달 김장에 쓸 고추를 잘 닦아 말렸답니다.
고추를 닦는 건 마당에서 해야 하는지라 밭에서 일할때 쓰는 천이 드리워진 모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햇빛이 강해서 모자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고추를 하나 하나 닦아서 말리는 통에 몇 사람이 붙어서 하는데도 2시간이 족히 걸리네요. 역시 김장 준비는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ㅡ ㅡ;;
고운 가을 햇볕에 빨간 고추가 더욱 빨갛게 익어 갑니다. 하지만 빨간 고추를 감상하다 보니 서서히 11월 김장이 무서워 지기 시작하네요. 김장은 명절 음식보다 더한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ㅠ ㅠ
무서운 생각을 떨치고 슬슬 일들이 정리되자 집을 나섭니다. 동네 구경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휴식을 취해 봅니다.
이웃집 담장에 핀 꽃들도 구경하고 노랗게 물든 논두렁 길을 걸어 보니 한결 피곤이 풀리는 듯 하네요^^ 벼들이 벌써 익어 추수를 기다리고 있고 길가엔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명절 음식 만들기가 해가 갈수록 혹독해 지고 힘들어지는 건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인가 생각해보며 천천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 절대 내년엔 이렇게 안하신다며 뒷목을 잡으시는 어머니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면서도 다음 해에도 이렇게 맛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 보네요^^
깻잎을 안따든지...밤을 안까든지...깨를 안볶든지...해야 일이 줄어들 텐데라고 생각하는데도 내년에도 똑같은 일들을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저와 다른 명절을 보내셨겠지요? 집안마다 명절 음식도 다르고 풍속도 다를 텐데 여러분들은 어떤 명절을 보내셨을까....궁굼하네요^^ 별다른 이벤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늘 바쁘기만 한 가족들이 함께 보낼 수 있는 날이기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행복하고 풍요로운 명절 보내셨길 빌며 다음 추석때에도 러쉬룸에서 변함없이 만나 뵐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여러분들~ 내년에도 꼭 또 만나요~ ㅎㅎ
나나
ㅋㅋㅋ 이쁜 딸노릇을 잘하시네요.. 친정에서 맞는 한가위와 시집에서 맞는 한가위가 이렇게 다르구나를 깨닫은지 어언 10년하고도 1년더... 친정에서는 그리도 맛나고 정답던 음식과 일들이 노동이 되더이다...ㅠㅠ
이젠 어느정도 일에도 인이 박여서 전도 후딱 나물도 후딱 후다닥..그래도 아직 가끔은 친정에서 이일의 반의반만이라도 엄마를 도와드렸더라면 효녀 소리들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하네요... 에구구
저도 다른집 한가위 음식이 궁굼해서 가끔 엄마한테 이웃집 음식좀 얻어와 달라고 부탁을 하곤 한답니다^^매년 먹는 음식이라 가끔은 좀 다르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입니다만 막상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더라구요
후딱 하신다니^^부럽네요. 왜 우린 꼭 1박2일을 하는건지ㅡㅡ;; 그래도 돼지콩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효녀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니거든요^^ 평소에 잘 해야 하기에ㅋㅋ그래서 명절이나 김장을 챙기는 것이지만요^^
여하튼 오랫만에 뵈어요^^돼지콩님~오늘은 러쉬룸의 초창기 고객님들이 아직도 나나의 다이어리를 잘 읽어 주고 계신다는 것을 확인한 날이라 너무 기분이 좋네요~파리 갔다 와서 쓸 얘깃거리가 많으니 자주오세요^^